분데스리가의 울트라스들은 왜 호프와 DFB에게 분노하는가?

2020. 3. 9. 14:39Curva

독일 분데스리가에는 50+1 규정이라는 특이한 규정이 있다. 이 규정은 일반 기업 또는 사업자가 구단의 주식을 49% 초과로 가질 수 없는 규정으로 분데스리가를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규정이다. 구단의 주인은 팬들이며 시민 구단의 형태를 유지한다는 것으로 분데스리가의 축구 팬들은 이런 규정에 자부심이 있다.

이런 자부심을 가진 분데스리가 울트라스의 반하는 구단들이 생겼는데 바로 RB라이프치히와 김진수(아우한)의 전 소속팀인 호펜하임이다. 이 구단들은 사업자 또는 기업이 구단 주식을 51% 넘게 소유해서 분데스리가 울트라스들의 공공의 적이 되었는데 그 중에 최근 호펜하임의 최대 주주(사실상 구단주)인 호프에 대한 분노가 폭발해 안 그래도 격렬히 하고 있던 울트라스들의 안티 운동을 더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그 이유의 시발점은 도르트문트의 울트라스들의 호펜하임 3년 원정 금지 처분인데, 호펜하임 원정에서 지속적으로 호프에 대한 안티 공격을 이유로 이러한 징계를 받았다.

이러한 징계에 분데스리가의 울트라스들은 DFB가 2017년에 한 '일부 팬들의 행동으로 전체의 팬들에 대한 징계는 없을 것이다.' 라는 약속을 한 적이 있지만 출입 금지 징계를 내림으로써 자기들이 한 약속을 어긴 것에 분노하여 바이에른 뮌헨, 유니온 베를린 등 다른 경기장에서 "어디 한 번 우리한테도 징계 해봐!" 라며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도르트문트의 울트라스 일원 중 한 명은 울트라스들은 비난의 대상이 호프라서 DFB가 과민 보호를 해주는 것이라 주장하는데 그는 자신의 트위터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 호프가 DFB의 메인 스폰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DFB는 인종차별 찬트와 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고 경기도 중단시키지 않으면서 호프에 대한 안티콜이 울릴 때는 경기를 중단하고 징계한다. 소수자가 아닌 백만장자 사업가를 지켜주는 것에 에너지를 쏟는다" 라며, "베르너가, 외질이 팬들에게, 쾰른 팬들이 글라드바흐 팬들에게 모욕을 당하는 것을 왜 방관했는가?"

호프는 호펜하임을 20년 넘게 후원해주며 리가에 2014년에 정당성을 호소하며 구단에 자신의 권리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했고 2015년에 특별법이 승인이 되며 바로 96%의 지분을 사들인다. 호프가 2013년에 DFB의 메인 스폰서가 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생긴 일이다.

도르트문트를 시작으로 독일의 울트라스들이 같은 내용의 안티운동을 하는 점은 당연하지만 흥미롭다. K리그의 서포터즈들도 연고이전을 한 GSK축구단을 상대로 안티운동을 하거나 벌였다. 그러나 이 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물어본다면 솔직히 아닌 거 같다.

과연 분데스리가 울트라스들의 안티 운동은 어떻게 마무리될 지 궁금하다.

분데스리가의 자부심이지만 50+1 규정은 상업적으로 규모가 커진 다른 리그에 비해 대륙간의 경쟁력을 약하게 만든다는 단점 또한 있다.

하지만 리가의 팬들이 이것을 알고도 저 규정을 지지하는 이유는 상업적인 이유를 제쳐두고 우리 지역의 구단 그 것을 순수하게 받아드리는 게 아닐까. 분데스리가만의 낭만을 위해 싸운다는 게 과격하긴 하지만 멋져보이기도 한다.

최근 유럽 팀을 볼 때 한 팀을 지지하기 보단 그 팀의 골대 뒤를 더 유심하게 보는 편인데 그런 의미에서 프랑크푸르트와 상파울리의 골대 뒤 성향을 응원한다.


언젠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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